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스쿨존(speed zone) 제도는 더없이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비효율적 운용이 반복되면 그 목적이 제대로 달성될 수 없고 본래 취지가 흐려진다. 현재 대한민국의 스쿨존은 연중무휴, 24시간 시속 30km 이하로 제한된다. 주말, 공휴일, 심야·새벽 등 어린이 통행이 사실상 없는 시간에도 예외 없이 단속된다. 단속 대상은 운전자지만, 논란의 본질은 제도의 경직성에 있다.
지난 1월, 한 변호사가 새벽 4시경 스쿨존을 시속 48km로 지나 과태료 처분을 받고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정식 심리에 들어갔다. 쟁점은 명확하다. 실질적 위험이 없는 시간까지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국·영국·호주 등은 등하교 시간에만 속도 제한을 적용하거나 ‘어린이 통행 시’와 같은 상황 조건을 달아 운영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평일 오전 8시부터 9시 30분, 오후 2시 30분부터 4시까지 40km/h의 속도 제한이 적용된다. 이 속도 제한은 학생이 보이지 않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며, NSW 주정부가 정한 학기 중 모든 수업일(교직원 연수일 등 학생이 없는 날 포함)에 시행된다. 효과는 분명했다. 사고는 줄었고, 불필요한 단속은 방지됐다.
반면 한국은 전국 어디서든 동일한 기준을 강제한다. 위험의 조건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규제는 같다. 연중 365일, 24시간 동안, 적용 대상 도로가 이면도로가 아니라 왕복 4차선이거나 6차선 도로라고 하더라도 예외 없이 속도 제한과 단속이 적용된다. 실제로 규제나 단속의 효과가 있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형평성과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심리는 그 자체로 제도의 타당성을 성찰해 보는 기회가 돼야 한다. 어린이를 보호하겠다는 선의가 국민의 기본권과 충돌하지 않도록 개선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에는 시간대별 탄력적 제한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이미 제출되어 있다. 그러나 안전 논리에 가로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균형 있는 규율이다. 어린이를 제대로 지키는 길은 과학적 근거와 유연한 정책 설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