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치 지형을 뒤흔든 2018년 대선의 출발점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실형 확정이었다. 2018년 1월 25일, 브라질 연방대법원(STF)은 룰라 전 대통령의 부패 혐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2년 1개월의 실형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룰라는 같은 해 10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을 상실했다.
검찰은 룰라가 건설업체 OAS로부터 해변 아파트를 뇌물로 받았으며, 그 대가로 공기업 계약을 도왔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소유권 증명서 등 직접적 물증은 제시되지 않았고, OAS 전 CEO의 진술과 간접 정황 증거만으로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형식상 소유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 이익 제공 의도가 입증됐다”고 판단하며 형량을 1심보다 늘렸다.
이 판결을 근거로, 연방선거법원(TSE)은 같은 해 2018년 8월 31일, ‘청렴후보법(Ficha Limpa)’을 적용해 룰라의 대선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는 30% 이상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며, 그의 낙마는 대선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결국 노동자당(PT)은 룰라 대신 페르난두 아다지를 후보로 내세웠지만,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하며 브라질 우파 정권이 출범했다. 룰라의 법률대리인은 “73명의 증인 중 단 한 명만이 룰라와의 직접 연계를 주장했을 뿐”이라며 “증거 없는 유죄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 판결은 브라질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으며, 이후 ‘세차 작전(카워시)’을 이끈 수사 및 판결 주체들에 대한 신뢰성도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브라질 연방대법원(STF)은 2021년 3월 8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2018년 유죄 판결을 전면 무효화했다. 에지손 파킨 대법관은 “당시 재판을 맡은 쿠리치바 연방법원은 관할권이 없었으며, 재판 과정 전반에 편파성이 존재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로 인해 룰라는 약 580일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정치적 권리를 회복했다.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재심 절차가 대선 전까지 마무리되지 않아 그는 ‘무죄 추정 원칙’하에 대선 출마 자격을 되찾았다.
룰라는 2022년 10월 대선에서 당시 현직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상대로 50.9% 대 49.1%의 박빙 승부 끝에 3기 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살아있는 채로 묻히려 했던 나를 국민이 꺼내줬다”고 밝히며 사법적 박해를 강하게 비판했다.
브라질 대법원의 판결은 브라질 현대 정치사의 가장 큰 반전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룰라 사건을 기소하고 실형을 선고한 세르지우 모루 전 판사가 2019년 보우소나루 정부의 법무장관으로 입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룰라 측이 공개한 모루와 수사팀 간의 텔레그램 메시지는 ‘재판-검찰 간 사전조율’ 정황을 보여주며 사법의 정치화라는 비판을 낳았다.
국제사회 역시 사법 정의 회복이라는 평가와 함께, 브라질의 반부패 운동이 오히려 정치 도구화된 사례로 이번 판결을 주목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룰라에 대한 사법 절차는 공정성 원칙에 위배되었으며, 정치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